제비·콩비지·두부 한 모에 담긴 공존과 위로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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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기와집순두부 마당에 깃든 제비와 콩비지, 맷돌, 두부 한 모의 이미지를 통해 한강 문명의 기억과 인간적 위로를 시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시는 “북한강 낮은 바람을 타고 제비들이 비행한다”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제비가 진흙을 물어 처마 밑에 둥지를 짓는 모습은 고구려·신라·백제가 지키고자 했던 한강의 역사성과 맞물리며, 삶을 지탱하기 위해 저마다의 성을 쌓는 인간의 모습으로 확장된다.
작품 속 기와집 마당에 쌓이는 ‘하얀 콩비지 성’은 단순한 음식의 풍경을 넘어선다. 지 시인은 제비의 진흙 성과 사람의 콩비지 성을 나란히 배치하며, 생존을 위한 고립의 성벽이 아니라 서로를 견디게 하는 연대의 성채를 그려낸다.
특히 “홀로 살아남기 위해 쌓는 성벽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구절은 작품의 중심 정서를 압축한다. 주인이 덤으로 내놓는 묵무침과 김치볶음, 나물 한 접시는 일상의 인심이자 공동체적 온기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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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환(池榮鋎) 제43·44대 한국시인협회 감사· 現 상임위원 |
지 시인은 작품과 함께 ‘한강 문명 은하도와 존재론적 존재 상승 궤적’이라는 도식도 제시했다. 이 도식은 한강의 역사적 기억, 두물머리의 합류, 기와집 마당의 일상, 제비와 사람의 공존을 하나의 우주적 질서로 연결한다.
도식에서 한강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다. 고대사의 치열한 장소이면서도, 오늘의 사람들에게 밥 한 끼와 위로를 건네는 생활의 터전이다. 제비가 진흙으로 둥지를 짓고, 사람은 두부 한 모 앞에서 마음의 성을 쌓는다.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산문적 해설 역시 시의 의미를 넓힌다. 기와집순두부집은 새들도 편안히 깃드는 공간으로 묘사되며, 처마 밑 제비와 마당의 소나무, 하얀 콩비지, 상 위의 음식들은 일상의 평화와 환대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이번 신작은 한강을 역사와 문명의 강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그 강변의 작은 밥상에서 인간이 다시 살아갈 힘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영환 시인은 거대한 역사와 소박한 일상을 한 화면에 겹쳐 놓으며, 한강과 새와 사람이 마침내 은하의 별이 되는 서정적 풍경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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